"인간의 오감(시각∙촉각∙청각∙후각∙미각)을 전달할 수 있는 전자회로 개발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머지않아 오감 방송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월 수상자로 선정된 김선국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박막 트랜지스터는 이황화몰리브덴(MoS2)이라는 물질을 기반으로 상용화의 걸림돌이던 유연성과 이동도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개념의 전자회로 설계 기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창의적인 관점에서 미지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의 2차원 구조의 MoS2 기반 박막 트랜지스터는 반도체적 특성을 갖는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다.
흔히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투명하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는 박막형 트랜지스터(TFTs)를 많이 사용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소재를 활용한 트랜지스터는 실리콘이 주 소재로 이동도와 유연성에 한계를 갖는다. 이동도는 물질 내에서 전자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느냐를 나타내는 것으로 반도체 소재로 쓰이기 위해서는 통상 30㎝2/V∙sec 이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동도 30㎝2/V∙sec 이상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또 플라스틱 소재의 트랜지스터가 부착된 기판은 300도 이상이 되면 휘어지면서 깨진다. 즉 이동도 30㎝2/V∙sec에 고온에서 쉽게 깨지는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기존 트랜지스터는 상용화에 상당한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가 개발한 MoS2 기반 박막 트랜지스터는 이동도의 경우 150㎝2/V∙sec를 보여 반도체 소재로 충분히 쓰일 수 있을 뿐 아니라 100도 미만에서 시스템이 실행돼 기판이 휘어지거나 깨어질 가능성이 없다. 3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이 아예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박막형 트랜지스터를 통해 투명하고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이동도와 유연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김 교수의 연구로 마련된 셈이다.
이번 성과로 기존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oS2는 고투명성 및 고유연성으로 인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구동회로를 구현하는 핵심 소자로 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MoS2와 같은 2차원 구조를 갖는 칼코겐화합물 계통 물질 연구가 이뤄진 것은 국내외적으로 최근 2년 정도에 불과하다. 칼코겐화합물 계통 물질은 지난 2011년에 차세대 그래핀으로 불리며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 물질의 실질적인 응용을 위해서는 MoS2의 제조 및 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김 교수의 연구 성과는 앞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을 주도할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기반기술은 다양한 광전자 소자 및 디지털 회로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최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리콘 트랜지스터 대체 물질로는 '카본나노튜브(carbon nanotube)' '나노와이어(nanowire)' '유기물 나노선(organic nanowire)'과 많이 알려져 있는 '그래핀(grapheme)'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