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가격 하락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만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 배터리 제조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게 리튬·코발트·니켈 등 원료다. 현재 주요 전기차 회사들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쓰는데, 니켈과 코발트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 현재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곧 배터리를 직접 만들 것이며, 배터리 비용을 최소 56% 낮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 세단과 모델Y SUV에 CATL의 리튬 배터리를 쓰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모델3 스탠다드 모델에 CATL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넣은 데 이어, 이달 초 모델Y에도 이 배터리를 장착해 차량 판매 가격을 낮췄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올해 3월 ‘파워 데이’에서 2030년까지 배터리 비용을 최대 5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더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터리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 비중을 절반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유럽과 중국에서 잇따라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유럽 내 첫 공장을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와 건설 중이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궈쉬안가오커(Gotion High-Tech)와 손잡고 독일에 유럽 내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의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플래닛에너지앤드솔루션(Prime Planet Energy & Solutions)도 내년까지 배터리 비용을 절반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배터리 원료를 싸게 확보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업계 1·2위인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