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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물질 '그래핀' 대량생산 물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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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고관리자 등록일 12-07-18 14:39
조회 1,414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박물관 전시물 중엔 흰색 수정액으로 'Andre Geim(안드레 가임)'이라고 적어놓은 스카치테이프가 있다. 테이프의 주인인 영국 맨체스터대 가임 교수는 지난 2004년 스카치테이프를 흑연에 붙였다 떼내는 방법으로 '그래핀(graphene)'이라는 신물질을 분리했다. 이 실험 하나로 가임 교수는 동료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와 함께 2010년 10월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충격적일 만큼 간단하게 얻어졌지만, 그래핀은 실리콘 반도체와 철, 석유화학 제품에 기반한 현재의 문명을 혁명적으로 뒤바꿀 '꿈의 물질'로 불린다. 지구상 그 어떤 물질도 그래핀보다 강하거나 전기가 잘 통하는 것이 없다. 거기다가 투명하고 신축성까지 지녔다.

    관건은 '어떻게 하면 그래핀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 스카치테이프로는 그래핀을 양산할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 가임 교수팀이 만든 그래핀은 수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수㎜ 수준이었다. 이 문제를 세계 최초로 풀어내 대(大)면적 그래핀을 합성하는 길을 개발한 주인공이 바로 홍병희 서울대 교수(화학부·발견 당시는 성균관대 교수)다.

    다른 연구자들이 탄소 덩어리에만 집착할 때, 홍 교수는 다른 길을 찾았다. 어떤 금속들은 고온에서 탄소와 잘 결합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런 금속 중 하나가 니켈. 그는 기판 위에다 니켈을 얇게 입힌 뒤 섭씨 1000도의 고온에서 탄소를 고루 흡착시켰다. 이를 식힌 뒤 니켈을 녹여내자 고순도의 그래핀을 얻어낼 수 있었다. 2009년 네이처에 발표된 홍 교수의 합성법을 통하면 일반 TV 화면 크기의 그래핀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그는 그래핀으로 돌돌 말 수 있는 터치스크린도 만들었다.

    홍 교수의 연구가 없었다면 가임 교수팀은 최소 4~5년 뒤에야 노벨상을 수상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10년 5월 노벨재단은 세계 최고의 그래핀 연구자들을 초청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벨 심포지엄을 열었다. 홍 교수는 그래핀 대면적 합성기술과 함께 대면적 그래핀을 이용한 터치스크린 기술을 시연, 그래핀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 5개월 뒤 노벨상 발표가 났고, 공동수상자인 노보셀로프 박사는 "당신의 상용화 연구 덕분에 노벨상을 일찍 탈 수 있었다"는 덕담을 이메일을 통해 홍 교수에게 보내왔다.

     서울대 홍병희 교수가 양손으로 말아 쥐고 있는 것이 그래핀으로 만든 투명전극.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다. 그의 뒤로 그래핀의 벌집모양 구조를 나타내는 포스터가 보인다.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홍 교수는 지난 2월 서울대 안에 그래핀 합성회사를 세웠다. "그래핀을 좀 보내달라"는 국내외 요청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아예 전문업체를 만든 것이다. 회사가 만든 그래핀은 가로세로 1m 크기 한 장에 수백만원이나 한다.

    홍 교수는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과에서 학·석·박사과정을 마쳤다. 대학 1~2학년 땐 학생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덕분에 연속 학사경고를 받아 군대에 가야 했다. 어린 시절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조부모가 계신 경기도 화성의 농촌에서 자랐다. 홍 교수는 그러나 "어린 시절 들과 산을 누비면서 남들과 다른 관찰력을 키웠고 군대에선 세상 사는 이치를 배웠다"고 말한다.

    그의 인생에서 박사후과정 지도교수인 컬럼비아대 김필립 교수와 포스텍 김광수 교수(화학과)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김필립 교수는 그래핀의 발견에서는 가임 등에게 간발의 차로 뒤졌지만, 그 물성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가임과 함께 공동수상이 점쳐졌던 한국인 학자다. 김광수 교수는 "김필립 교수한테 가서 더 배우라"고 추천한 주인공. 홍 교수가 2001년 박사과정 때 나노물질 연구로 사이언스 표지 논문을 장식, 당시 국내 모든 신문의 1면에 이름을 올렸던 것도 김광수 교수의 지도 덕분이었다.

    홍 교수가 국제학회에 가면 해외대학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든다. 위원 7명 중 4명이 노벨상 수상자인 '유럽 그래핀 프로젝트'의 자문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래핀 대면적 합성법을 담은 홍 교수의 논문은 2009년 이후 화학분야에서 나온 논문 중 인용 빈도가 전 세계 1위다. 그래핀 연구에 관한 한 '발견은 가임과 노보셀로프가 했지만 상용화는 한국의 홍병희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항상 조심합니다. 특히 그래핀이 실리콘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면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왔던 한국으로선 큰 위기라 볼 수 있죠. 때문에 한순간도 연구를 게을리할 수 없습니다." 그의 야무진 각오에서 미래의 연구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그래핀

    탄소로 이뤄진 흑연(graphite )과 탄소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어 'ene'를 결합시킨 용어. 탄소 원자 한 층이 육각형 벌집 모양을 이루고 있는 판형 구조물. 300만 겹으로 쌓아야 1㎜ 두께가 될 정도로 얇지만 강철보다 200배,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전류를 100배나 잘 흘린다. 원자 한 층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빛을 거의 100% 가까이 투과하면서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원문 출처 : 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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