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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 움직이는 전기자동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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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대웅 등록일 12-08-14 13:42
조회 750
    주요국 또는 주요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냉담하다.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각국의 전기자동차 정책은 혼선을 빚고 있고, 자동차 기업의 신차 개발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전기자동차가 팔리지 않는 이유는 너무 비싼 가격 대비 부족한 성능, 안전성에 대한 확신 부족, 그리고 사용자의 불편함에 있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만한 차별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의 현실적 선택은 부정적 전망이 만연한 전기자동차에 대응하기보다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집중하거나 그 연장선상에 놓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역점을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고 전기자동차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가 전기자동차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전기자동차 시장이 의외로 빨리 열린다면 준비가 부족한 자동차 기업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시장을 평정해나갈 때 준비가 부족했던 글로벌 휴대폰 기업들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예상처럼 천천히 형성된다 해도 여유롭게 준비할 만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 주기와 제품 수명이 짧은 IT 부품과 달리 자동차 부품은 개발에서 생산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매우 길다. 더구나 전기자동차는 동력 전달, 가속 및 변속, 제동 등에서 기존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이다. 획기적 기술이 등장할 여지도 높지만,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밝지 않은 가운데서도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 또는 부품 기업이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의 전기자동차에 대한 의지도 별로 퇴색되지 않았다. 

    최근 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성능, 가격, 디자인 면에서 생각보다 전기자동차가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도 보인다. 테슬러와 아우디 등이 내연자동차 못지 많은 성능의 전기자동차에 도전하고 있고 2인승 전기자동차인 르노의 Twizy, 기어박스를 완전히 제거한 BMW i 시리즈 등 외형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전기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색다른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는 기존자동차와 전혀 다른 제품이다. 절반이 넘는 부품이 제거돼야 하고, 나머지 부품도 새롭게 개발되거나 개선돼야 한다. 내부 구성품이 달라지는 만큼 외관도 달라질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앞서가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국내 기업이 기술적, 그리고 제품적 완성도를 갖추어 대응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의 움직임이 더디지만 방심하면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느리게 진행될 때를 우리의 경쟁력을 갖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내연자동차에 비해 차체와 각종 모듈 또는 부품이 독립적으로 결합할 여지가 큰 만큼 관련기업간 수평적 협력의 필요성도 커 보인다. 전기자동차 생태계 구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목 차 > 

    Ⅰ.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
    Ⅱ. 전기자동차는 왜 안 팔리는가?
    Ⅲ.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
    Ⅳ. 시사점
     
      
      
    2010년 5월 1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GM 파산선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기자동차를 통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성장동력을 물색하던 주요국들도 앞 다투어 전기자동차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주요국 정부가 발표한 수치만 산술적으로 합산해도 최소 500만대가 넘는, 실로 전기자동차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우리 주변에서 전기자동차를 쉽게 접하는 것도 멀지 않았다고 많은 사람이 믿기 시작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좌우하는 GM, 르노-닛산, 미쓰비시 등 거대 기업들이 물밀 듯이 전기자동차 시장에 등장하였다.
     
      

    Ⅰ. 전기자동차에 대한 시장의 반응 
      

    전기자동차에 대해 부풀었던 관심 

    2007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시장에 처음 공개된 GM의 Volt는 리터당 100km에 달하는 믿기 어려운 연비를 강조하며 2010년 말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출시 첫해부터 연간 5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장담한 닛산은 2012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회사로 관심을 받던 중국의 BYD는 한번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인 E6를 발표했다.
     

    전기자동차의 본격 양산 시점에 맞추어 각국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대당 천만 원에 가까운 지원금은 물론, 각종 세금 면제, 주차장 할인 등 시선을 끌 만한 지원 방안이 등장했다.
     

    누구도 전기자동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기자동차에 대해 쇄도하는 사전 주문량만으로도 연간 판매 목표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었고, 대표적 친환경 산업으로서 전망도 유망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2차전지에 관한 관심은 더 뜨거웠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수많은 기업이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2차전지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결정한다. 2차전지로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됨은 시장의 요구에 답하는 ‘싸고, 좋고, 빨리 충전되는 2차전지’의 출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암시해 주는 듯 했다.
     

    시장의 냉정한 반응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12년 1분기, 프랑스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에서 전기자동차의 비중은 0.2% 미만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기자동차의 본격 양산 첫해인 2011년의 실망스러운 글로벌 시장 점유율 0.07%는 아직 본격 성장을 위한 준비운동 단계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를 주도하는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실망스러운 실적에 이어 전기자동차 산업의 마지막 보루로 느껴지던 유럽에서마저 전기자동차의 성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실정도 다를 바 없다. 글로벌 전기자동차는 아예 수입조차 되지 않았고, 국내 기업에 의해 개발된 전기자동차의 본격 출시가 임박했다는 기사만 난무한 채 실제로 운행하는 전기자동차를 우리 주변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전기자동차 전문 기업을 표방하던 국내 중소기업의 파산 위기,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전문 기업으로서 한국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던 A123의 철수 등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시장은 펴보지도 못하고 위축될 위기에 처해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은 자동차 기업의 신차 개발 전략에 영향을 미쳤고,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당황한 각국 정부의 정책도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경기불황은 초기 수용자들의 적극적 구매 의지도 꺾어버렸다. 결국, 전기자동차 성공의 삼각편대인 기업, 정부, 그리고 소비자가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당장 시장성과가 눈에 보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클린 디젤 자동차 등이 친환경 자동차의 주역이라 주장하며 득세하게 되었다. 전기자동차의 명맥은 기존자동차의 디자인이나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발비용을 최소화한 모델로 이어지면서 외관은 기존자동차와 유사해 보이는데 성능은 부족하고 가격은 턱없이 비싼 전기자동차마저 나타나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전기자동차 시장은 이렇게 부진한 것일까?
     
      

    Ⅱ. 전기자동차는 왜 안 팔리는가? 
      

    광고 매체를 통해 보이는 전기자동차는 참으로 매력적인 수송수단이다. ‘승용차 운전자의 대다수는 하루에 2시간 미만으로 승용차를 사용합니다. 하루 평균 80km 미만을 주행하는 운전자는 이제 급등하는 연료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솔깃한 말이었다. 하지만 시장에 소개된 지 5년이 되어가고 본격 출시된 지도 3년 차가 되는 전기자동차의 점유율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아직 0.1% 미만이다. 점유율로만 보면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는 소비자로서는 구매할 만한 가치가 없는 승용차이다.
     

    그렇다면, 전기자동차는 왜 가치가 없는 자동차라고 인식되었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자.
     

    먼저, 전기자동차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조금을 반영해도 동급 기존자동차 대비 최소 20%, 최대 2배까지 비싸다. 평균적으로 자동차 한 대 만드는데 2만여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은 기존자동차 대비 최소 50%, 최대 80%까지도 줄어든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전체 부품에서 50%가 넘는 부품이 제거되었으니 전체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많이 올라갔다. 한대당 천만 원이 넘는 2차전지 때문이다. 가격 인상의 주범인 2차전지의 원가는 기업들의 집중된 투자로 상당 부분 낮아졌고 앞으로도 계속 낮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2차전지 원가 개선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나머지 수천개의 부품에 대한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다.
     

    두 번째, 전기자동차를 가족과 함께 마음 편하게 타기에는 아직 안전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사용 후기도 너무 부족하다. 자동차 사고에 비한다면 발생 빈도는 극히 낮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 일파만파로 확대하여 해석되는 전기자동차 사고 소식도 불안감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이제 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기자동차를 가족과 함께 타기에는 아직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 지금까지 사용하던 자동차와 비교해서 매우 불편하다. 전기자동차는 소음이 없고,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자동차로서 기본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을 정도로 제품 완성도가 부족했다. 기존자동차의 20% 수준에 불과한 주행거리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대한 기대는 일찍이 저버렸다고 해도 최고 속력 수준은 기존 대비 상당히 부족하다. 가끔 도로 상에서 보이는 ‘저속 전기자동차 진입 금지’ 팻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몇 분, 길어야 십 여분이면 주유에 이어 자동세차까지 가능한 기존 주유 습관에 비해 빨라야 몇십 분이고 평균 4시간 이상이 필요한 충전의 불편함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의 기본 성능인 주행거리, 최고 속력 등이 부족함은 물론 냉난방도 맘대로 가동할 수 없는 전기자동차는 불완전한 제품이었고 소비자도 그렇게 인식했다. 기존자동차는 엔진의 폐열을 활용하여 히터를 가동하였지만, 전기자동차의 히터는 코일을 감는 방식으로서 전력소모가 막대하다. 따라서 상온에서는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도 히터를 가동하면 주행거리가 급격히 감소한다. 히터나 에어컨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전기자동차만의 고유한 매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색다른 디자인으로 형성한 전기자동차만의 특별함이 없었다. 엔진뿐 아니라 수천 개의 부품이 불필요한 전기자동차에는 다양한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다. 기존자동차의 배기, 냉각 시스템 등은 불필요해지고 연료 공급이나 구동에 필요한 부분도 놀랄 만큼 간단해진다. 운전석 옆에 항상 있는 기어박스가 사라진 자리를 운전자의 감성을 충족시킬 다른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가 기존자동차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차별적 디자인으로 남성 운전자에게는 도전적인 초기 수용자로서 자긍심을 부여하고, 여성 운전자는 흔치 않은 명품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안겨주었다면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했을지도 모른다.
     
      

    Ⅲ.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 
      

    전기자동차는 급증하는 온실가스, 그리고 발굴에 한계가 있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인류의 고민을 해결하는 궁극적 대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전기자동차가 주류 시장에 등장하는 시점’ 이다.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의 현실적 선택은 내연기관 자동차 

    현재 전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만연하다. 10년 뒤에도 자동차 시장에서 2% 미만을 점유하는 틈새시장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 입장에서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눈앞에 보이는 시장 상황에 따른 현실적 선택은 기존자동차인 내연기관 자동차에 집중하거나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장선상에 놓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에 역점을 두는 전략이다. 현 시점의 전기자동차는 가격, 완성도, 사용자 만족도 측면에서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기존자동차에 집중함으로써 기존에 보유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시장의 최근 흐름도 남다른 디자인이나 차별적 성능보다는 실용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최근 개최되었던 베이징 모터쇼에서 대두된 주요 화두는 ‘고연비’와 ‘소형화’였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동차에 대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몇 년간 ‘매연 제거’를 강조하는 전기자동차에서 찾던 친환경의 해법을 ‘연비 효율 개선’에서 찾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전반적인 환경 보호 의지도 약화되고 있다. 당면한 경기 침체를 헤쳐나가는 것이 급선무가 되다 보니, 금년 말에 종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논의는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되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발굴 과정의 환경 유해성 때문에 각광을 받지 못하던 셰일가스 등 비전통 에너지원에 대한 채굴 기술이 발달하면서 화석 에너지 가격도 종전의 우려보다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전기자동차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하고 있다가 전기자동차 시장의 분위기가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 시장의 분위기가 전기자동차로 짧은 시간에 반전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발되면서 유가가 급변한다든가 혁신 전지의 등장, 그리고 스마트폰의 애플 같은 특출한 사업자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된다면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열릴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2007년 1월에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시장에 등장했을 때, 아이폰의 성과에 대한 일반적 전망은 글로벌 시장에서 1% 미만을 점유하는 니치 마켓용 모델이라는 인식이었다. 당시 애플의 CEO이었던 스티브 잡스도 2008년 아이폰의 목표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의 1%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4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휴대폰 시장을 이끌고 있던 노키아도 아이폰의 파급력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애플은 아이폰 덕분에 시가 총액이 5,41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가 총액에서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급성장을 이룩한 반면,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노키아는 얼마 전 1만 명 감원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의외로 빨리 열린다면 준비가 부족한 자동차 기업들은 당황 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시장을 평정해나갈 때 준비가 부족했던 글로벌 휴대폰 기업들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시장 더디게 열려도 시간 많지 않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예상처럼 천천히 형성된다 해도 여유롭게 준비할 만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 주기와 제품 수명이 짧은 IT 부품과 달리 자동차 부품은 개발에서 생산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매우 길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기업인 보쉬는 ABS (Anti-lock Brake System) 개발에 20여 년이 걸렸다. 2015년에는 자동차 부품에서 점유하는 비중이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전장부품에 대한 준비는 1950년대부터 시작했다. 물론 오랜 개발 기간 이상으로 자동차 부품의 수명은 매우 길다. ABS는 30년이 넘도록 보쉬의 대표적인 효자 제품이 되었다. 더구나 전기자동차는 동력 전달, 가속 및 변속, 제동 등에서 기존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이다. 획기적 기술이 등장할 여지도 높지만, 이를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글로벌 기업 및 국가들의 대응 

    많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 또는 부품 기업이 더딘 시장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BMW의 i 시리즈는 전기자동차 전용으로 디자인되고 설계된 최초의 자동차이다. BMW의 기술 담당 매니저는 “i 시리즈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포괄적 접근법을 활용하여 신소재부터, 주요 기능, 디자인, 생산 공정까지 일괄적으로 개발한 자동차로서 출발 자체가 전기자동차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로서 기존자동차와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 전기자동차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1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렸던 전기자동차인 로드스타를 개발한 미국의 테슬라는 가격을 30%에서 50% 낮춘 차기 모델 S를 통해 전기자동차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테슬라의 CEO는 ‘모델 S는 닛산 Leaf 같은 조그만 상자형 자동차가 아닌 포르쉐 자동차보다 가속도가 뛰어나고 코너링에도 압도적 성적을 보이는 전기자동차’라고 강조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부품을 주로 사용한 모델 S는 주행 거리도 300마일에 달하는, 기존자동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전기자동차로 보인다. 또한 테슬라는 자사의 경쟁 기업은 GM이 아닌 애플이라고 강조하면서, 판매점도 유명 의류 판매점 바로 옆에 위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찾는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지금 전기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전기자동차 개발의 당위성을 설명한 카를로스 곤이 CEO로 있는 르노는 지난해 말부터 4종의 전기자동차를 차례로 시장에 내놓겠다고 장담했다. 르노는 2차전지 팩을 임대하여 판매 가격을 낮추는 사업 모델, 2차전지 팩을 교환하여 충전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 하는 충전 모델 등을 개발하며 전기자동차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부품 기업들도 전기자동차 전용 부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포스코는 전기자동차 특성에 맞는 강판을 개발하였다. 무거운 2차전지 때문에 무게에 관한 부담이 크던 전기자동차 기업에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존 강판 대비 무게를 25% 낮춘 전기자동차용 강판은 전기자동차 전용 샤시 모듈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 화학기업인 바스프도 전기자동차 전용 화학 소재를 사용한 전기 콘셉트 카를 발표했다. 기존 공조 모듈을 활용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납축전지를 전기자동차에 억지로 사용하기보다, 파나소닉은 히트펌프식 전기자동차 전용 공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전열히터방식과 비교해서 난방 시 소비전력을 30% 정도 절감한다. 미쓰비시도 인버터와 모터를 일체화하여 35%의 효율 향상이 가능한 전기자동차용 모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기자동차용 조향 장치, 주행 시 소음 발생을 통하여 보행자의 주의력을 상기시키는 주행 보조 장치 등 지금까지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던 부품들의 전기자동차 전용화가 더디지만,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각국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를 줄이는 일이 빈번하지만, 전기자동차에 대한 주요국의 의지는 별로 퇴색되지 않았다.
     

    미국은 금년부터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을 오히려 30% 넘게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전기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육성 방향에 대해 혼선을 겪던 중국도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하여, 전기자동차 산업 육성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재천명하였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본산인 독일도 2020년까지 100만대, 2030년까지는 600만대의 전기자동차를 자국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금년 초에 발표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전기자동차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내수 시장에서 2015년에 전기자동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는 확연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이나 지원 정책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관련 기업들의 적극적 사업 의지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기 대응에 주춤했던 과오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높다. 자동차 산업에서 오랜 기간 분투하며 어렵게 쌓아온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성능, 가격, 디자인에서 전기자동차의 혁신 가능성 

    최근의 시장 움직임으로 보면 생각보다 전기자동차가 경쟁력을 빠르게 획득할 가능성도 보인다.
     

    먼저, 테슬라의 모델 S를 시발점으로 자동차로서 기본 성능인 주행 성능을 전기자동차도 확보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독일의 아우디가 금년 말에 출시 예정인 전기스포츠카 ‘R8 e트론’은 최고 속도가 시속 250km까지 가능하고 주행 거리도 215km에 달한다.
     

    두 번째, 전기자동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도 당겨질 수 있다. 딜로이트가 2011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동차 구매자의 8%는 3천 달러 미만의 가격 격차면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조금 상승으로 미국 시장에서 닛산의 Leaf와 기존자동차 모델인 도요타의 Corolla와의 가격 격차는 4천3백 달러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주 정부의 지원금까지 고려하면 3천 달러 미만의 격차도 가능하며, 이 차이는 도요타의 Prius와의 차이보다 더 적다.
     

    지금은 2차전지 위주로 원가 절감에 몰입하지만, 파워트레인에 필요한 부품 그리고 기타 부품까지도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범위에 포함 될 수 있다. 2차전지 위주로 형성된 전기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점차 범위를 넓혀간다면 현재 전기자동차 가격의 절반 수준인 전기자동차도 가능할 것이다. 무리하게 설정된 2차전지의 원가 하락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다른 부품도 함께 노력한다면 50% 수준의 원가 절감도 가능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에서 2차전지의 원가 비중은 25%이고, 이를 80% 절감하면 원가 비중은 5%로 낮아지는 반면 나머지 부품의 원가 개선이 어려워 원가 비중의 점유율이 75%로 동일하다면 결국 전기자동차의 원가 하락 수준은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든 부품의 원가를 50% 낮춘다면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도 가능하다.
     

    세 번째, 차별적 디자인에 대한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2인승 전기자동차인 르노의 Twizy, 기어박스를 완전히 제거한 BMW i 시리즈 등 외형에서 풍기는 느낌만으로도 전기자동차라는 인식을 심어줄 색다른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Ⅳ. 시사점 
      

    가격 경쟁력보다 제품 완성도에 집중해야 

    많은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2차전지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2차전지는 전기자동차 성능 및 가격 수준에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경쟁력을 올리는 실마리가 2차전지에만 달린 건 아니다. 전기자동차 같은 수많은 부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조립 제품의 개선은 한두 개 부품만의 혁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차전지 가격이 낮아지면 전기자동차는 팔리기 시작한다는 단편적 생각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기자동차 제품 자체의 완성도 개선’이라는 과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분위기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전기자동차는 기존자동차와 전혀 다른 제품이다. 절반이 넘는 부품이 제거돼야 하고, 나머지 부품도 새롭게 개발되거나 개선돼야 한다. 내부 구성품이 달라지는 만큼 외관도 달라질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대응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에 국내 기업이 기술적, 그리고 제품적 완성도를 갖추어 대응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 5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로 경쟁력이 인정받은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기존자동차에서의 역량을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할 때는 아니다. 시장을 만들어가고 경쟁 구도를 주도하려면 가격을 낮추기보다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준비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시너지 높일 수 있는 부품 생태계 고민해야 

    조립 제품의 완성도를 향상하려면 부품 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결고리가 지속해서 순환하는 부품 생태계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 속에 제품력이 좋아지면 제품 전체적인 관점에서 원가구조의 개선도 더불어 발생하고, 전기자동차의 비싼 가격에도 해결 기미가 보일 수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기업 간에 수평적인 협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기업 간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협력 수준도 높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자동차는 엔진을 변경하면 차체 전반적인 설계 변경이 수반되었지만, 전기자동차는 차체와 각종 모듈 또는 부품이 독립적으로 결합할 여지가 크다. 부품 변경이 독립적으로 가능하기에 부품의 모듈화 수준이 기존자동차보다 훨씬 높다. 전기자동차에서는 기존자동차 산업에서 볼 수 있는 ‘완성차 기업이 주도하고 부품 협력 기업이 따라오는 방식’이 아닌 ‘수평적 분업 관계로 모듈을 구성하는 방식’에 기반을 두고 설계 단계부터 개방적으로 이견을 조율하는 대등한 관계 형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느리게 움직이고 있지만 방심하고 있으면 미래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준비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들과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Source: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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