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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아닌 음파로 레이저를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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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고관리자 등록일 13-05-31 14:54
조회 1,715
    '복사 유도 방출에 의한 광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을 의미하는 레이저(LASER)는 빛의 입자인 광자(photons)가 아주 좁은 대역의 특정 주파수에서 방출되면서 생성된다.

    발명된 지 50년이 지난 레이저는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슈퍼마켓의 스캐너나 DVD 플레이어로부터 시작하여 의료 분야나 제조업, 그리고 방위 산업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연구기관이 빛의 입자 대신 음자(音子, phonon)라고 불리는 음파 입자를 사용하여 레이저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는 음자 레이저 디바이스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목을 끌고 있다.

    빛 대신 음파를 이용하는 레이저

    첨단기술 전문 매체인 WIRED는 온라인 판을 통해 일본 NTT 기초과학연구소의 연구진이 나노 규모의 드럼을 이용하여 빛 대신 음파 입자를 사용하는 레이저인 페이저(phaser)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 음파 레이저를 생성하는 에칭 회로 ⓒNTT
    WIRED는 이 새로운 디바이스를 페이저로 명명한 이유에 대해, 개발 초기에는 과학자들이 '방사 자극 방출에 의한 음파 증폭(Sound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란 의미를 그대로 약자로 표기해 '세이저(saser)'로 불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디바이스는 레이저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음자를 전이시키기 때문에 소리 대신 음자가 사용된다는 관점에서, 프로세스의 양자적 성질을 강조하는 페이저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모아져 페이저로 이름 붙여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WIRED는 앞으로 페이저가 초음파 의료 영상 장치나 미세한 컴퓨터 부속품, 그리고 고도의 정밀 측정기 등과 같은 세밀함을 요하는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NTT 기초과학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음파 레이저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이므란 마붑(Imran Mahboob)은 “음자 레이저 디바이스에는 광학 부분이 제거되어 있다”며 “페이저에는 광학 부분이 없기 때문에, 타 응용 기기나 디바이스로 통합하기가 더욱 쉽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음파 레이저는 하이브리드 형태

    이론적인 음자 레이저 개념은 지난 2009년에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및 칼텍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당시 그들은 하나의 마그네슘 이온이 전자기 트랩(electromagnetic trap)에서 1mk(밀리캘빈)의 온도로 냉각되었을 때, 단일 이온 음자 레이저 제조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최초로 규명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 음자 레이저의 세 가지 물리적 프로세스를 나타낸 그래프 ⓒNTT
    이들과 비슷한 시기에 포르투갈 및 스웨덴 연구진도 단일 이온 음자 레이저의 개념을 커다란 원자 앙상블(ensemble)로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이를 통해 그들은 극저온 기체가 집합적 음자 전이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 이후, 1년 뒤인 2010년에 일본에서 음자를 함께 모아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최초의 음파 레이저가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 최초의 디바이스는 완전한 음파 레이저라고는 볼 수 없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서 기존의 광학 레이저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야 NTT 기초과학연구소는 음자 레이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결과를 학회에 보고했는데, 연구진은 이 음파 레이저가 전통적인 광학 레이저의 설계 디자인에 기초하고는 있지만 어떠한 광학 요소도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페이저

    빛을 이용하는 레이저에서는 가스나 결정 내의 전자 다발이 동시에 여기(excitation, 勵起)되는데, 이 전자 다발이 원래의 에너지 상태로 되돌아올 때 특정 파장의 빛을 방출하여 거울로 향하게 될 때 빔을 생성하게 된다.

    음자 레이저인 페이저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즉 기계적 진동자가 빠르게 움직여 음자 다발을 여기시키고, 다시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디바이스로 방출하게끔 페이저를 설계한 것이다.

    ▲ 페이저가 생성하는 좁은 대역의 음파 범위를 나타낸 그래프 ⓒNTT
    하지만 이렇게 설계가 되어도 에너지는 여전히 시스템 내에 존재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를 통해 디바이스가 좁은 파장 내에서 원하는 주파수로 진동하여 음자 레이저가 생성되도록 공정을 변경하였고, 전체 음자 레이저도 단일 집적 회로 위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우여고절 끝에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페이저에는 아직 결정적인 단점이 남아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것은 우주 공간에서의 문제인데, 빛은 진공 상태에서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레이저 빔은 우주 공간처럼 어느 곳이든 발사될 수 있다. 하지만 페이저의 경우는 음자가 진행하려면 매질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주 공간처럼 음자가 전파될 매질이 없으면 이내 소멸되기 때문에 발사가 불가능해 진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마붑 연구원은 “따라서 진동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공명기(resonator) 구조를 어떻게 만들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이에 대한 마땅한 아이디어는 없지만, 조만간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통해 지금까지의 연구 내용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특정 공간에서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페이저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페이저를 아주 작은 디바이스로 만들었을 경우 기계적 진동을 전기 신호의 진동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통해 아주 작은 시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하여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전기공학 전문가인 제이콥 커긴(Jacob Khurgin) 박사도 “페이저 기술이 원숙한 수준에 달하게 되면, 초음파 주파수로 작동시켜 안전하게 사람이나 물체를 스캐닝하거나 혹은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극도로 좁은 음파 주파수 대역은 고도로 정밀한 측정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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