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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으로 만든 기관, 인체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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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최고관리자 등록일 13-05-31 13:51
조회 2,347
    카이바 기온프리도(Kaiba Gionfriddo)라는 아기는 생후 6개월 만에 한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호흡을 멈추고 얼굴이 파래졌다. 혼비백산하여 병원으로 달려간 카이바의 부모들은, 그의 왼쪽 기관지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선천선 결손으로 말미암아 붕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몇 주 동안 치명적인 호흡곤란 발작이 몇 번 재발되더니, 횟수가 점점 늘어나 종국에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의사와 과학자들은 최신의 정교한 생체공학 기술(3D 프린팅)을 이용하여 합성 기관(synthetic tube)을 만들어, 아기의 막힌 기도를 활짝 열어 주었다. 2012년 1월에 수술을 받은 카이바는 그 이후로 한 번도 기관허탈(airway collapse)을 겪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관(trachea or windpipe)은 본질적으로 진공청소기의 호스와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후두융기(Adam`s apple)에서 시작되어 가슴뼈 뒷쪽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인간의 기관은 20개의 고리형 연골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사이를 근육과 연결조직이 메우고 있다. 기관은 기관지(bronchi)라고 불리는 두 개의 관(tube)으로 갈라지는데, 각각의 기관지는 폐로 연결된다. 우리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는 공기가 충만하여 팽창하게 되는데, 이와 함께 기관지 역시 넓어지고 길어진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관지는 강력하고 부드러운 성질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이번에 기관 제작을 도운 미국 미시건 대학교의 글렌 그린 박사(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설명했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나면, 기관의 연골이 기도를 열어 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약 2,100명의 신생아당 한 명은 - 모종(某種)의 이유로 말미암아 - 기도의 일부가 흐물흐물하게 늘어져, 외부의 공기가 한쪽 또는 양쪽 폐에 도달하는 것을 차단하게 되는데, 이러한 질환을 기도연화(airway malacia)라고 한다. 기도연화는 감기나 기타 호흡기 감염증에 걸렸을 때 문제가 되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 경우 기도를 면밀히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기도를 열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거나 호흡관(respirator)을 삽입하고, 감염증이 나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도연화가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는 수술이 필요한데, 의사들은 기도 내부에 구조물(스텐트)을 삽입하여 기도의 개방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기관을 자극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환자의 갈비뼈를 조금 잘라 - 마치 부목(splint)처럼 - 기관 외부에 두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기관의 모양을 변형시키거나, 기관지의 수축/이완 능력을 제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일부 아기들의 경우 -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하여 - 카이바처럼 매우 심각한 증상을 겪는데, 이들은 수술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호흡곤란에 시달리게 된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봤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카이바의 의료진은,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새로운 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그린 박사와 연락이 닿았다. 그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기도허탈을 앓는 유아를 돕는 방법을 연구해 오던 중, 기관의 헐거운 부분을 둘러쌈으로써 기도를 개방해 주는 관(tube)을 개발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의 기도는 저마다 독특해, 프리사이즈의 솔루션(one-size-fits-all solution)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그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맞춤형 기관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3D 프린터는 잉크젯 프린터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지만, 종이나 잉크 대신 구조체를 만들 수 있는 물질(structural material)을 이용한다. 프린터의 헤드는 컴퓨터에 입력된 디지털 패턴에 따라 이 물질을 겹겹이 쌓아 3차원 구조체를 탄생시킨다. 제조업의 경우 3D 프린터의 프로토타입이 확립되어 다양한 기계의 부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생명공학의 경우에는 연구 목적으로 인공 귀를 만들어낸 적이 있으며, 3D 프린팅으로 만든 디스크와 뼈를 실험쥐에게 이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기능적 기관과 조직을 프린트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컨대 신장의 경우에는 기능적인 혈관과 (소변을 모으는) 집합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관의 경우 비교적 간단한 구조(진공청소기의 호스와 같은 구조)를 갖고 있어, 연구진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카이바의 기관을 만드는 작업에 도전하였다. 1차적으로 미니돼지를 이용하여 아이디어를 테스트한 연구진은, `3D 프린팅이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흐물흐물한 기도를 외부에서 에워싸는 슬리브(sleeve)의 설계는 미시건 대학교의 생물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 전문가인 스콧 홀리스터 박사가 맡았다. 슬리브는 탄력성과 강도를 겸비하여, 기관지의 성장에 따라 함께 팽창함은 물론 기관지 경련에 의해 오그라들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진은 먼저 CT 촬영을 통해 카이바의 기도를 스케치한 다음, 이 도면을 이용하여 실물 사이즈의 3차원 프린팅 주형(cast)을 제작했다. 그리고는 이 주형을 이용하여 기관지를 에워싸는 슬리브(부목)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카이바의 기관지에 꼭 맞는 슬리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남은 작업은 카이바의 기관지 조직을 슬리브의 내부에 봉합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 작업을 위해 미 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emergency-use approval)을 받아야 했다. "슬리브를 카이바의 기관지에 장착하는 작업이 끝난 직후, 우리는 그의 폐가 움직이는 것을 똑똑이 목격했다. 이제 카이바가 성장함에 따라, 그의 기관지를 에워싸고 있는 슬리브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그린 박사는 말했다.

    슬리브와 봉합사의 재질은 폴리카프로락톤(PCL: polycaprolactone)이라는 생체적합성 플라스틱이다. 3D 프린터는 분말화된 PCL을 가열하여 액상으로 만든 다음, 걸쭉한 풀과 같은 형태로 뿜어냈다. 몇 년이 지나면 슬리브는 저절로 용해될 것이며, 그때가 되면 카이바의 기관지는 건강하게 자라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카이바는 조직 재건을 위해 3D 프린팅 기관을 이식받은 세계 최초의 환자로, 이번 사례는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5월 22일호에 소개되었다.

    "이번 사례의 의의는 최신 3D 프린팅 기법을 이용하여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길을 열었다는 데 있다"고 캔사스 의대의 이비인후과 교수이자 칠드런스머시 병원의 내과의사인 로버트 웨덜리 박사는 말했다. (웨덜리 박사는 이번 치료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번 치료에 사용된 접근방법은 전형적인 조직공학의 접근방법과 다르다. 왜냐하면 카이바의 기관지 조직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단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고,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장치가 미성숙 조직의 기능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환자들의 경우, 조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조직 자체를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선천적으로 기관을 갖지 않고 태어난 소녀`의 사례를 상기하라. 그 환자의 의사들은 환자의 줄기세포와 함께 배양된 플라스틱 기관을 환자에게 이식하였다.) 또한 카이바의 경우, 장차 성장했을 때 보다 큰 기관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고 웨덜리 박사는 덧붙였다.

    의료진의 다음 과제는, 3D 프린팅 기술을 임상시험에 알맞도록 세련화하고,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기관이 환자의 조직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장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연골과 뼈는 3D 프린팅의 이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니 만큼, 이번 성공을 통해 이제 3D 프린팅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게 되었다"고 그린 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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